본문 바로가기

Design/Review

[기록의 쓸모] 기록에 대해 읽다가 나를 돌아 보았다.

저번 시즌에 이어서 두 번째 하는 트레바리, 

그리고 나에게는 6 번째 책인 [기록의 쓸모].

기록을 어떻게 해야하고,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하고 책의 첫 장을 펼쳤는데

책의 마지막을 읽을 때에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 것 같다.

 

 

 

 

[기록의 쓸모]는 부제목으로 마케터의 영감노트라고 적혀있다. 이를 그대로 반영하듯

책은 덤덤하게 자신의 생각, 자신이 기록 했던 것들이 적혀 있다.

처음에는 '마케터는 대체 어디서 영감을 얻고, 어떻게 본인의 업무에 녹여내는 걸까' 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펼쳤지만

그런 '업무적인' 내용보다는 정말 '일상에서의 영감'이 나와 있다.

그래서 그런가 지금까지 읽었던 책에서 가장 ‘일기같은’ 책이었다. 그 어떤 에세이 책보다도.

 

저자인 이승희 님은 배달의 민족 마케터로 일을 하셨고

지금은 두낫띵클럽의 회장이시다.

 

이승희 님의 기록의 시작은 일을 잘하기 위한 것이었다. 첫 직장 생활 때 상사 분이 회의 시간에 회의록을 적지 않은 승희 님에게 ‘왜 적지 않느냐’라는 물음에서부터 시작된 기록이었다. 일을 잘하려면 뭔가 써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기록은 하나의 습관이 되었고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게 되었고

책까지 내게 되었다.

 

실은, 기록의 쓸모는 다들 자연스럽게 알고 있다. 학생 때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수업 시간에 놓치지 않고 열심히 필기를 하였고,

소중한 사람들의 생일을 놓치지 않기 위해 캘린더에 기록을 해놓고.

행복한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남겨 놓는다.

승희 님처럼 일을 할 때는 특히나. 실수 없게 하기 위해 기록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인상 깊었던 점은

책을 읽다보면 여러가지 구절이 ‘기록’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인생에도 비추어 볼 수 있는데.

 

가령 문득 내 삶에 레퍼런스가 많지 않다고 느낀 적이 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영감에 주목하는 건 아닐까. 남의 삶을 내 레퍼런스로 삼기 위해(p.98). 라던지

다행히 몇 번의 시험에서 확실히 깨달은 것이 있다.

안전한 곳에는 재미가 없다는 것. 가급적 써보지 않은 답을 쓰고 싶은 이유다.(p.130) 라던지.

 

특히 '나다움'에 대한 챕터에 좀 생각이 많아졌었는데.

책에는 딘의 셀레브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본인의 기준을 남에게 두면 행복하지 않아요.
사실 인정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바라보는 제 모습이 만족스러워야 하는거죠.

가끔 내 기준을 남에게 두고 있어서, 나는 내 삶에 만족 못하고 불안해하면서 사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다.

내가 날 봤을 때 만족스러운가? 라는 대답에 나는 "예"라는 대답을 선뜻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승희 님은 딘의 인터뷰에 이런 코멘트를 남기셨다.

나답게 하라는건 특별하거나 특이하게 하라는게 아니다. 스스로 기준을 정하고 그걸 잃지 말라는 뜻이다.

남의 기준에 날 맞추지 말고, 내 스스로의 기준을 정하고 

나답게 사는 것.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나를 생각해보고 내가 나를 바라보았을 때 어떤 모습이면 만족할까.

내가 어떤 모습일때 스스로 뿌듯해할까, 라는 것을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아직 명확한 답은 못 내렸지만, 답을 내릴 때는 진짜 내 스스로가 단단해져 있을 것 같다.

그 단단함을 위해 다이어리에 하나하나 나를 정리해보고 있다.

 

 

그리고 내가 하고자 하는 UX에 대해서도 다시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는데.

 

내가 팔고자 하는 제품. 서비스. 브랜드의 무한한 가치를 생각해보자.
내게는 보이지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쓸모로 작용할 것들이 무엇인지. (P.57)

 

기술이나 제품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메세지를 담고 있느냐 아닐까. 이야기는 생명력을 만든다.
메세지가 뚜렷한 브랜드는 가방을 만들든, 신발을 만들든,
노트를 만들든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제품은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체일 뿐이다. 이야기가 탄탄하면 어떤 그릇에든 잘 담길 것이다. (p. 165)

 

요즘 자소서를 쓸 때 '가치를 담는 디자이너가 되겠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겠다.' 등의 문장을 적어 내고 있었는데

그래서 나는 정말 어떤 가치를 만들고자 하고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는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것인지

또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해야할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번 이 책을 읽게 되면서 나 역시 기록을 하면서 읽었다.

몇 주 전부터 친구들과 함께 '필사 스터디'를 하고 있는데

본인이 읽은 책이나 아티클 등을 직접 적어서 단톡방에 공유하는 식으로 스터디가 진행 되고 있다.

(이 스터디를 하면서 좋은 문장들도 많이 읽게 되어서 만족스럽다.)

 

마침, 필사 스터디를 시작할 때부터

기록의 쓸모를 읽게 되어서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하나하나 적었었는데.

기록의 쓸모를 기록한다, 라는게 참 특별하네. 하고 혼자 웃었었다.

의도치 않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바를 바로바로 실행하고 있었다.

 

필사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그리고 기록의 쓸모를 읽으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약 두 달간 놓았던 다이어리 쓰기도 다시 시작하였고

필사로 적은 구절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면서 나를 돌아보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 그동안 바빠서 하지 못했던 사진찍기도 다시 시작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참 잘 읽었구나, 라고 만족스럽게 책의 마지막을 덮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