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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

[서브PM에 대한 이야기] SOPT 15th APP-JAM 회고

내가 2년 반동안 활동한 SOPT(대학생 연합 IT 벤처 창업 동아리)에서는 

모든 세미나가 끝나고, 대학생들이 종강하는 시점에

2주 동안의 해커톤을 하게 된다.

 

SOPT의 앱잼은 동아리 단의 행사라기에는 큰 스케일로,

Plan, Design, Android, iOS, Server 이렇게

다섯 파트에서 약 14명 정도의 팀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2주 동안 하나의 출시할만 한 스케일의 앱을 완성하게 된다.

 

심지어 최종발표날에는 부스도 운영하고,

각 파트별로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전문가 분들이 와서

심사도 해주신다.

 

나는 5번째 앱잼, 그리고 나의 마지막 앱잼이었던 이번 앱잼에

서브PM(SOPT에서는 TI로 말하고 있다. 이하 TI로 얘기하겠다.) 그리고 기획 포지션을 맡게 되었는데,

이번 앱잼 동안 생각하고, 반성하고, 느꼈던 것에 대한 회고를 해볼까 한다.

 

FLUFF ; Not ‘BUY’, but we will ‘LOVE’!

Fluff app logo

 

일단, 내가 참여한 APP-JAM 서비스와 팀에 대한 설명을 해보자면, 

Fluff는 보풀이란 뜻을 가졌으며, 옷의 보풀 하나하나는 그 옷이 가진 과거의 스토리와 의미,

그리고 이것들을 빠짐없이 사랑하고 이에 대한 가치를 전하려는 빈티지 e-commerce 플랫폼이다.

 

 

 

 

Fluff 서비스 코어벨류

 

 

여기저기 산재되어있는 빈티지 쇼핑에 대한 플랫폼을 하나로 모아, 빈티지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좀 더 편한 경험을 줄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이고, 또한 나아가서는 옷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타 쇼핑 플랫폼과는 다른 경험을 가질 수 있는 서비스이다.

 

우리 팀은 기획 3명, 디자인 2명, 안드로이드 3명, 서버 3명, iOS 2명 총 13명으로 구성되어서

위에 말한 가치를 주는 서비스를 위해 2주동안 달려왔었다.

 

 

Team Improvement, 나는 팀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내가 이번 앱잼을 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그동안 앱잼에서 해왔던 방식과 다른 방법으로,

무조건적으로 팀에 기여를 해야한다는 부분이었다.

 

이전 앱잼에서 나는 2번의 디자이너, 2번의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참여를 했었는데,

나에게 기획 포지션 그리고 TI 롤은 생각보다 어려운 숙제였다.

 

그동안은 정해진 업무 속에서 내가 쏟을 수 있는 모든 시간을 쏟고, 

나는 그 시간 동안 쳐낼 수 있는 모든 업무를 쳐내고,

나의 최선을 다하여 아웃풋을 만들어내면 되었었다.

 

하지만 TI는 기획 뿐만 아니라 팀에 대한 매니지먼트를 해야했다.

정해진 부분이 없고,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내가 어떻게 신경쓰는지에 대해

업무가 달라지고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위치였다.

 

PM과 TI는

나의 팀이 어떤 팀이 되었으면 좋겠는지 항상 생각하고 실천하고,

팀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야하고, 팀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야했다.

 

 

 

그래서 우리는 팀의 방향성과 목표에 대해 길게 대화를 나눴다.

팀에 대한 목표와 방향성 회의

 

기획과 디자인이 팀빌딩이 된 이후, 

우리는 초반 일주일 간은 거의 팀에 대한 목표와 방향성,

그리고 서비스 코어벨류 등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나눴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좀 더 하나가 되는 기분이 들었고,

다음 개발자 팀빌딩에 대해 설렘을 안게 되었다. (물론 걱정도 많았다.)

 

우리는 '개 쩌는' 팀이 되고 싶었고,

소통과 존중을 중시하는 팀이 되고 싶었고,

낙오자가 없이 모두 다같이 나아갈 수 있는 팀이 되고 싶었고,

퀸덤의 아이들,오마이걸과 같이 '탄성이 나오는' 팀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 역시 마인드를 다시 탄탄히 정비하고

우리가 그런 팀원이 되어야했다.

 

FLUFF 팀의 목표와 방향성(FLUFF 팀 노션 캡쳐)

 

 

우리는 이러한 팀의 목표와 방향성을 가지고

개발자 팀 리쿠르팅(데모데이)에도 신경을 쓰고,

우리의 프로젝트 환경을 거기에 맞춰 셋팅을 하고,

좀 더 린하게 움직이기 위해 노력했었다.

 

데모데이 이후 팀이 완성 되었고,

본격적인 APP-JAM에 돌입했을 때

우리는 존중과 소통, 그리고 솔직함으로 

본인의 의견을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게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매번 노력했었다.

 

매 저녁 회의 시간 외에도 서로 궁금하거나 의문이 드는 부분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피드백을 받았으며,

스크럼(Scrum)을 통해 각 파트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고, 어떤 업무를 끝냈는지,

그리고 다음 업무는 무엇이고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매 저녁 회의 때 그 업무에 대해 의논이 필요한 부분은 의논을 나눴었다.

 

업무에 대한 부분은  slack에 기록하여

각 파트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내가 공유받아야할 부분은 없는지 알 수있게 했고,

이렇게 해도 빠지는 이슈들이 너무 많아지는 게 느껴져서

아예 문서로 이슈관리용을 하나 더 만들었었다.

 

 

첫 주차 스크럼(기획, 안드로이드)

 

 

TI는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까

 

App-jam을 시작하기 전에도 나는 'TI는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할까', '좋은 TI는 어떤 사람일까?'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었다. 그래서 내가 TI로 가장 잘 할 수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도 고민을 했었다.

 

나는 2주가 지났을 때 팀원들에게 '힘이 되는 TI'로 남고 싶었고,

'의지할 수 있는 팀원'이 되고 싶었고,

'일 잘하는 나'가 되고 싶었었다.

 

팀원들의 떨어진 텐션을 다시 올려줄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고,

팀원들이 고민이 있을 때 편하게 나에게 의지해서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내가 일을 잘해서 막히는 부분 없이 프로젝트가 잘 굴러가길 바랬다.

 

나는 잘 하지는 못하지만 디자인도 해보았고, 개발 경험도 있었고,

App-jam도 이전에 4번을 해봤기 때문에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얼추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소통을 최대한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나의 TI 실전은 어려웠다.

 

 

 

 

계속계속 수시로 수정해줬어야 했던 기능명세서
정리해도해도 끝이 안 나는 문서들(Fluff 업무용 구글드라이브)

 

2주 동안 내 머릿 속에서 없어지지 않았던 생각은 ' 잘하고 있는게 맞아?' 였다.

무언가 계속 업무를 정리를 하고, 정리를 해도

알수 없는 부분이 계속 빠져있는 느낌이었고

일을 해도해도 줄어들지 않는 느낌이었다.

 

내가 멈추면 일은 멈추는데,

나는 계속 업무를 하고 움직이는데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게 진행되고 있는지 눈으로 확연하게 보여지는 건 없었다.

TI의 업무는 나에게 잡히지 않은 신기루 같았고 그림자 같았다. 

 

하루가 24시간인게 굉장히 원통했고,

일은 계속해서 생겼다.

하루는 하루종일 밥,빨래,청소만 했는데 하루가 다 가서

정작 기획 단에서 정리해야할 문서는 못했고,

새벽되어서야 부리나케 기획 업무를 하였었다.

 

팀원들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소소한 이벤트도 해보고, 조촐하게 파티도 해보았지만,

항상 밤낮없이 개발하고 디자인하는 팀원들을 볼 때마다

2주를 되짚어 보았을 때, 추억은 없고 일한 기억만 남는건 아닐까

미안함도 너무 많이 들었었다.

 

PM을 외롭게 둔 건 아닌지에 대한 고민도 너무 많이 들었었고,

막판 쯤에는 내 스스로 텐션이 떨어져서 팀원들을 못 챙겼던 것도

너무 미안해졌었다.

 

요리도 안해보던거라서, 다른 팀 TI들처럼 맛있고 좋은 것보다는

내가 일단 할 수 있고, 빨리 배울 수 있는 음식을 선택했었다.

이번에 TI하면서 요리 잘하는게 하나의 큰 능력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평소에도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항상 들었었다.

 

기획에 대한 부분도 잘 전달되고 있다고 생각이 되었던 부분도

실제로 각 파트마다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달라서 한번 막혀버린 부분도 있었다.

이 부분 역시 팀원들이 알아서 잘 조율하고 잘 상의해서 

스무스하게 넘어가졌는데, 그때의 미안함과 고마움은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다.

 

2주 동안의 나를 돌이켜보면, 잘한 부분보다는

부족한 부분이너무 많이 보이는 것 같다.

 

참 신기한 경험이다.

그동안 프로젝트를 했을 때, '아 좀 더 잘 할 수 있었으면..'이라는 생각은 하긴 하지만,

그래도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을 때, 여기까지 온 나에 대해 스스로 칭찬도 해주고 뿌듯함도 느꼈는데,

2주 동안의 TI로 있었던 나는 내 스스로에게 칭찬을 못해주겠다.

눈에 밟히는 것도 너무 많고, 내가 좀 더 놓치지 않고 했으면 좋았을텐데..라는 부분도 너무 많다.

 

내가 그동안 해온 모든 프로젝트 중에서

아쉬움이 가장 큰 프로젝트라고 생각이 든다.

 

이 아쉬움을 기반으로,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더욱 팀과 프로젝트를 위해 놓치는 부분 없이 잘 이끌 수 있도록 해야겠다.

 

 

FLUFF ; 결과 뿐만 아니라 우리의 2주 간의 과정까지 사랑하게 된 우리

 

FLUFF 로고 스티커

 

우리 Fluff 팀원들은 굉장히 어른스럽다.

2주 동안 편하지 않은 숙소에서, 계속 업무만 하는데도 누구 하나 짜증내지 않았고

누구 하나 다른 파트, 혹은 다른 팀원들에게 화내지 않았었다.

서로 생각이 대립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는 하되, 그에 대해 언성을 높이거나 하는 일도 하나도 없었다.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했으며, 일하는 것 역시 농담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즐길 줄 알았고,

텐션이 떨어진 팀원이 있으면 같이 서로의 텐션을 잡아주면서 일을 진행했다.

각자 하고 싶어하는 일에 대한 욕심도 컸으며,

최선을 다해서 본인들의 역량을 발휘했었다.

 

내가 우리 팀원들을 생각하면,

모든 팀원이 TI같았다, 라는게 나의 생각이다.

팀원들이 다같이 팀 매니징을 했다고 해야하나.

 

일부러 얘기 못하는 부분이 있을까봐 App-jam 기간 동안

팀원들을 위한 대나무숲 오픈카카오톡도 만들었는데,

워낙에 다들 이야기를 많이 하고, 서로가 서로를 케어해줘서 그런지 모르는데

한 건도 제보가 없었다. 

 

 

 

우리팀은 최우수상이라는 좋은 성적도 얻었고,

팀에서 3명이나 MVP가 나온, 굉장히 좋은 결과를 얻었다.

 

이 결과 역시 팀원들이 너무 좋고,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줘서 얻은 좋은 결과였고,

이런 좋은 팀원들과의 2주간의 과정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이런 말 하기 오글거리지만,

나의 마지막 App-jam을 좋은 기억으로 남겨주고

나를 성장할 수 있게 만들어준 우리 Fluff 팀원들, 우리 보푸리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고 전하면서 이만 회고를 마치겠다.

 

 

 

FLUFF FOREVER